답답한 지하를 탈출하고 싶은 그녀 ­

영화 , 와 TV드라마 를 연출한 양윤호감독의 작품으로 바로 직전에 포스팅한 김혜수, 김호진 주연 의 감독이기도 하다.이 작품은 일반영화가 아니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86학번이었던 그의 대학교 졸업작품이다.​그는 이 작품 직전 ‘사무엘 베케트(Waiting for Godot, 1906~1989)’의 희곡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를 모태로 한 25분짜리 단편영화 을 선보였었다.도시하층민들의 애환을 그려낸 그 작품으로 ‘제18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여러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했는데 그 작품의 주연배우가 자신과 동국대 연영과 동기동창인 ‘박신양’이었다.​현재 양윤호감독은 ‘(사단법인) 한국영화감독협회’의 이사장으로 영화인들의 권익을 높히기 위해 바쁘게 활동 중이며 한편으로 자신의 모교인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 연출전공분야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참고로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영화감독협회’와 박찬욱, 봉준호와 윤제균감독이 소속된 ‘(사)한국영화감독조합’과는 다른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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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박신양의 후배인 김혜수는 동국대학교 연영과 89학번이다.그녀는 에 ‘조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양감독의 졸업작품인 이 작품에 출연한 것은 물론이고 편집자로도 참여한다.​오래 전 한 인터뷰에서 “대학입학 후 적응하지 못하던 자신을 다잡게 된 계기가 ‘양윤호 패거리’와 어울리면서부터였다”라고 말할 정도로 재학시절 양감독, 박신양과 절친하게 지냈던 모양이다.​이러한 배경때문에 양윤호감독이 1996년 를 통해 장편영화감독으로 데뷔할 당시 박신양을 캐스팅하고 김혜수에게도 출연제안을 했으나 그녀는 해당 작품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그 대신 김혜수는 양윤호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 1997년에 개봉한 에 출연하기에 이른다.​한편, 이 개봉하기 5년 전인 1992년, 양윤호감독과 김혜수 이 두 사람은 이 이라는 단편 영화을 통해 감도과 배우로서 호흡을 맞췄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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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8월 한여름의 뙤약볕을 피해 터미널 근처 지하다방에 모인 다양한 인간 군상에 주목한다.이 다방은 손님들이 앉아있는 다섯 개의 테이블과 카운터 그리고 ‘미스 박(김혜수)’이 대기하고 있는 테이블을 갖춘 평범한 곳이다.​카운터에는 이 다방의 사장이 또다른 여종업원에게 계속 추근대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사장을 애써 물리치고 있었다.그 옆 빈 테이블에 앉은 ‘미스 박(김혜수)’은 커피배달을 위해 밖으로 나섰을 때의 밝고 활기찬 모습과는 반대로 맥이 빠져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그녀는 ‘가수’를 꿈꾸며 상경했지만 녹록할리 없는 서울생활에 서서히 꿈이 사그러져가고 있었다.그렇게 답답한 지하 다방안에서 내내 주눅들어 있다가도 커피배달주문이라도 들어오면 비로소 갑갑했던 가슴이 틔이는 느낌을 얻는다.​당시에는 ‘레지’라는 호칭으로 불리우던 그녀의 답답한 삶은 적어도 태양빛 아래에서는 빛나 보인다.이런 그녀는 터미널 공터의 수많은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고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흥겨운 발걸음으로 뛰어다니면서 짧은 자유를 만끽한다.​참고로 ‘레지’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쓰이는 ‘레지스터(금전등록기(レジスター)’에서 파생된 “계산담당 직원”을 뜻하던 ‘レジ(레지)’를 가져와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레이디(lady)’를 구개음화시킨 발음이라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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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방 1번(편의상)테이블에는 징역 7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강진구’와 그와 공범으로 4년을 언도받았다가 그보다 먼저 출소한 ‘김은희’가 앉아 있다.2번 테이블에는 서로 친구로 보이는 남녀커플 네 명이 앉아서는 영양가없는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다.3번 테이블에는 한 남자가 들어와 ‘홍차’를 시킨다.​4번 테이블에는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일할 생각이 추호도 없이 다방에서 애인 ‘말자’를 두시간 넘게 기다리는 ‘강수범’이 다른 손님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시간을 떼우고 있다.5번 테이블에는 볼캡을 쓴 한 남자가 무료한 듯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먼저 출소한 전 애인의 거취에 대한 ‘진실’을 바라는 손님, 진실게임을 하다가 상대의 행실을 궁금해하는 손님, 홍차대신 녹차가 나온 것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업소사장과 줄다리기를 하는 손님, 모자 속에 진실을 감춰둔 손님 그리고 이 모든 이들의 진실에 수긍하며 관망하는 손님들.​이 작품은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이상하다면 이상한 손님들을 ‘진실’이라는 키워드에 끼워맞추려고 한다.90년대 초, 광기에 사로잡힌 ‘휴거’라거나 사회문제나 전쟁 등등 당시 달궜던 이슈까지 더해서 말이다.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 상처가 낫지도 않았음에도 서둘러 봉합하려는 시대에 대한 날선 풍자인지 여부는 감독만이 알 수 있겠지.​사실 영화 내내 끊기지 않는 요란스러운 트로트와 세월이 묻어 거칠어진 영상퀄리티 그리고 음향 때문에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다.아무리 김혜수가 출연하고 이젠 중견감독이 된 인물의 초기작이라는 명분을 더한다 하더라도 그이상의 큰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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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만드는 단편영화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이 촬영 당시였을 당시에도 김혜수라는 배우는 대중에게 어느 정도 알려져 있을 텐데,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생경하다.지금이라면 아마 수백 명이 그녀의 촬영모습에 스마트핸펀 카메라를 들이댈 상황인데 약 30년 전 당시 터미널 사람들의 반응은 재미있다.​영화 초반 ‘미스 박’이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을 찍은 장소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근으로 보인다.’양윤호’감독 역시 잠깐 얼굴을 비추는데 김혜수를 비롯한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당연하게도 동국대 연극영화과 재학생으로 보인다.​이젠 구경하기 어려운 공중전화부스가 20여 개나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과 30년이 다되어 가는 패션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대화의 소재나 수위가 꽤나 흥미로운 작품이다.어떠한 작품이건 오래 전 작품을 보는 재미가 이런 것일지는 모르겠지만.​설마 다방(茶房)을 설명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싶었지만.다방이나 호텔커피숍 등 커피를 비롯한 차 타인과의 만남을 가지던 이 공간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쟈뎅’과 같은 커피전문점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1992년 말 ‘대한다방업중앙회’가 집계한 조사에는 “최근 2년 사이에 다방이 7,772개에서 7,079개로 줄어들어 무려 10% 가까이 줄어들었다”라고 하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낙차폭이 더욱 커졌음은 물론이다.​참고로 커피숍의 대명사인 ‘별다방’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건 서울 ‘이화여대점’이 오픈한 1999년 7월이다.​

[ 해당 작품은 유튜브 ‘동국대학교영상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 채널에서 업로드해둔 동영상을 통해 감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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